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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면 인생이 달라진다
'춤테라피'로 활력찾기
 
인정아국민기자
00515315401_20141008.jpg » 춤테라피에서는 ‘거울 되기’(미러링)라는 기법이 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인데, 부모가 아이와 춤을 춘다면 이런 기법을 이용해볼 수 있다. 아이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한국춤테라피학회 제공
 
[베이비트리] ‘춤테라피’로 모성 활력 찾기
 
‘춤’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짧은 치마를 입은 아이돌 그룹 여가수의 섹시한 춤, 꼬마들이 동요에 맞춰 귀엽게 추는 춤, 우아한 발레리나의 춤까지 다양한 이미지 속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이 ‘춤’을 가까이 들여다보자.


 산후 갑작스럽게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운 엄마, 아등바등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인지 잘 모르겠다는 엄마, 아이는 잘 성장하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없는 것 같은 허탈감을 느끼는 엄마 등등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춤을 통해 자신의 몸과 좀더 친해지고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춤(동작)과 심리 치료의 개념을 합한 춤테라피(무용동작치료, 댄스테라피, 무용동작요법 등 다양한 용어가 있고, 조금씩 결이 다르다. 편의상 ‘춤테라피’로 일원화했다)의 원리들을 이해하면 왜 우리가 자신의 몸과 더 친해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관련 전문가와 경험자 인터뷰, 무용·동작 심리치료 관련 책과 각종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테라피 역사 및 효능
춤테라피는 언어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개인의 감정과 정서를 자유롭고 즉흥적인 움직임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신체와 정신을 통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심리 치료의 한 분야다. 의학계에서는 미국과 독일 중심으로 1930년대부터 도입돼 아동 및 여성, 노인, 정신과 환자, 정신지체 및 신체장애, 뇌손상장애 환자들에게 적용돼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류분순 한국댄스테라피협회 이사장(현재 순천향대 교수)이 국내에 소개했고, 2001년 정식으로 대학에서 관련 전공이 생기면서 무용동작치료사들이 본격적으로 양성됐다. 춤테라피가 처음 도입됐을 때 치료 목적으로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치유·웰빙·정신 건강이 강조되면서 일반인들의 춤테라피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02년 이후 국내 무용동작 치료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무용동작 치료는 중년 여성의 우울감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줬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의 충동적 행동도 감소시켰고, 산후 우울을 경험한 산모들의 자아존중감 회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자폐아, 가정해체 청소년, 노인, 초등학생, 유방암 환자 등등 다양한 사례에 대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2006년부터 무용동작심리치료사를 해온 신수린 무빙온마인드 표현예술치료연구소 연구원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죄책감에 시달리다 무용동작 치료를 하면서 자신 안의 분노를 발견하기도 하고, 소극적인 성향의 아이를 자기 뜻대로 바꾸려고 했던 엄마가 아이와 함께 동작치료를 하다 결국 문제는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등 각자 자신의 심리적 문제와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내 몸의 언어 이해하기
 
우리의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몸짓은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거울이며,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한다. 많은 심리분석가들은 또 엄마와 유아 간의 상호작용이 인격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이렇게 중요한 최초 관계가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해 동작치료를 연구·발전시켜왔다. 그 사람이 보여주는 동작을 통해 그 사람의 정신 병리학적 상태, 사회적으로 통제된 인격의 요소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412678594_00515315501_20141008.jpg » 박선영 한국춤테라피학회장이 춤추는 장면.
과도하게 긴장된 사람은 어깨가 올라가 있고, 호흡이 목까지 차 있다. 화가 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거나 발을 구르거나 몸을 부르르 떤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몸짓이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눈 마주침도 잘 하고 표정도 밝다. 반면 매사 부정적인 사람은 망설이는 듯한 몸짓에 표정도 어둡다.

 
영유아기 때 부모와 충분한 애착이 형성되지 못한 사람은 호흡이 불안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에게는 깊은 호흡 훈련을 많이 시킨다. 유아기 때 독립심 발달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등에 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에게는 등 근육이 발달할 수 있는 동작들을 알려준다.


 
박선영 한국춤테라피학회장은 “삶을 살다보면 우리 각자에게 더 필요한 움직임이 있다. 움직임들을 구조적으로 분류하면 강함과 부드러움, 빠름과 느림, 반복성과 변화 있는 동작 등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빨리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조금 느린 동작을, 너무 반복적인 동작만 한 사람에게는 변화 있는 동작이 필요하다. 그만큼 동작은 그 사람마다 갖고 있는 역사적 맥락이 있고, 그것을 찾아내 도와주는 것이 춤테라피”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춤테라피에서의 춤과 동작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연결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자유롭게 움직임으로 자기를 표현하고, 어떤 감정과 느낌, 생각들이 떠오르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그런 과정에서 마음의 억눌림이나 상처, 꼬인 감정들이 떠오를 수 있고, 그 감정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작업을 무용동작심리치료사들이 도와준다.


내 몸과 친해지면 육아도 한결 편해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내 몸과 마음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몸과 분리돼 사는 사람들은 자기 몸과 마음에서 어떤 징후가 있어도 그것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다 각종 스트레스와 질병에 시달려 불균형적 삶을 살아간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가사나 육아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 몸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 지난 수십년간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온 박 회장은 우리나라 30~50대 여성들은 우울감이나 화가 많다고 전한다. 그는 “여성들이 하루 단 30분이라도 시간을 내 자기 몸과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 키울 때도 정서적으로 덜 힘들고, 삶의 균형감도 찾게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추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춰도 좋다.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고 쉴 틈 없이 일하는 사람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자기 몸 구석구석을 느껴볼 수도 있다. 그렇게 자기 몸과 자꾸 친해지는 시간을 갖다 보면, 우울감이나 자기 존재에 대한 불안감도 줄어든다. 또 아이들과 함께 어릴 적 나로 돌아가 춤을 추며 함께 즐거움을 느낀다면, 아이와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19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형주(33·서울 광진구)씨는 산후 우울감에 시달렸다. 아이가 6개월이 됐을 무렵,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우다보니 우울감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이를 낳기 전 춤테라피를 익혀뒀던 최씨는 “우울할 때면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집에서 춤을 추거나 한밤중에 공원에 나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2시간씩 춤을 췄다. 춤을 추고 나면 자연스러운 호흡이 가능했다. 나를 위한 춤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 시기를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은 일단 가볍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자기 몸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 몸을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내 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친해지다 보면 좀더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력을 회복할 수 있다. 심리적 어려움이 크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참고문헌: <무용·동작치료학>(류분순 지음·학지사 펴냄) <무용·동작 심리치료의 이론과 실제>(김인숙 지음·이담 펴냄)
 
 
 
 

 
춤테라피 실제로 경험해보니...
 
가만히 누워 내 호흡을 살피고, 조용한 음악에 내 몸을 맡기고 그 흐름따라 움직였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았고, 경쾌한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이 내게는 훨씬 쉬웠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춰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어색했고, 슬금슬금 다른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훔쳐보기도 했다. 조용한 음악으로 시작해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다시 조용한 음악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무용동작심리치료사 한 명이 앞에서 음악을 틀고, 나머지 사람들에게 “숨을 깊이 들이쉬세요. 호흡을 따라 내 몸을 살펴봅니다”와 같은 말들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난달 24일 찾은 춤테리피학회에서 진행된 무용동작심리치료사들을 위한 춤테리피 워크숍에 양해를 구하고 일반인인 내가 춤테파리 경험을 해봤다.
  
약 한 시간동안 진행된 워크숍동안 나는 초반에는 다른 사람의 춤을 많이 살폈다. 어떻게 움직이면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음악에 나를 맡긴다는 느낌도 잘 몰라서였다. 움직이기보다는 바닥에 앉아 아픈 목도 돌리고 몸을 쭉쭉 펴며 스트레칭을 많이 했다. 그러나 20~30분 정도가 지나니 어색함이 풀리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나 역시 조금씩 몸이 부드러워지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었다. 공간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는 듯한 동작으로 날아다녔다. 훨훨 날고 싶다는 마음으로.
 
낯선 사람에 대한 어색함이 풀리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몸도 움직였다. 미소가 절로 나왔고, 몸을 움직이면서 뻐근했던 어깨가 약간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바닥에 대 자로 누워 숨을 깊이 쉬려고 했지만 얕은 숨만 쉬어졌다. 계속 숨쉬기를 반복하니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복잡했던 머리도 조금은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아! 그동안 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운동을 하는 것과 내 몸의 느낌을 안다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로구나’하고 생각했다. 1시간의 춤테파리 뒤 몸이 땀으로 촉촉하게 젖었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춤테라피 관련 각종 책과 논문들을 살펴보며, 현대 사회가 얼마나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조화된 사회인지 알 수 있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탈춤이나 강강수월래라는 형식으로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승화시키기도 했고, 굳이 그런 형식이 아니라도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사회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갈수록 편리함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는 몸을 과거보다 덜 움직이고 있다. 몸과 마음은 상호작용을 하는데, 몸을 덜 움직이고 내 몸과 더 멀어지면서 우리의 마음도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 우리 사회 구조가 그렇다면, 내가 좀 더 의식적으로 내 몸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한 방편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춰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리라.

기사입력: 2014/10/10 [10:11]  최종편집: ⓒ 메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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